2011년 05월 23일
노래 얘기를 쓴 마당에..
나는 음악에 대단한 조예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음악에 대한 글을 써본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소라 노래를 듣고 글을 쓰자니 내 이별에 관련된 음악들이 생각난다.
나는 스무살에 연애를 시작하여 오년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와 헤어졌을 때, 나는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심각한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는데 나는 그 당시 그것이 우울증인지도 몰랐다. 처음이었으니까.. 나는 내가 슬픈지도 몰랐다. 그 이후로 일년 가까이 그런 상태였는데, 난 그것이 대학원 첫학기라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건줄 알았다.
나는 대학의 마지막 학기 중이었다. 그와 헤어지고 대학 시절의 마지막 시험이 있었는데, 나는 몽골행 비행기표를 사두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되뇌였다. 지금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에 대해 생각하지도 말고 공부만 하자. 몽골에 가면, 몽골 초원에 가면 아무도 없을테니 거기 가서 그의 생각을 하고, 우리의 이별에 대해 생각을 하고, 거기서 울자.
나는 그 시험에서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리고 몽골에 갔다. 초원에 몇날 며칠을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눈물도 안나왔다. 나는 생각했다. 나 괜찮은가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비행기표 시간을 바꾸고 울란바토르 공항에 갔다. 대한항공 데스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누가 봐도 한국인같은 남자에게 물어봤다. 그 사람은 그 때 몽골의 학회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K대 대학원생이었는데, 나랑 같은 항공편이었다. 우리는 데스크가 열리길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고, 그 사람은 나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보였다. 나도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는 즐겁게 이야기했으며, 많은 공통 관심사를 발견했다.
비행기 좌석은 떨어져 있었고, 야간비행이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랜덤 재생을 해놓은 다음 모자를 얼굴에 덮고 누웠다. 그 때 이어폰에서 클래지콰이의 After Love가 나왔다.
나는 클래지콰이를 좋아해본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야 맞겠다.
그리고 이 노래또한 지금 들어서 큰 감정의 반향이 오지는 않는다. 그렇게 절절한 노래도 아니다.
근데 그때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터졌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비행 내내 담요를 머리끝까지 쓰고 소리를 죽여 꺽꺽 울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 나랑 연락처를 교환하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한 눈빛으로 날 보는 그 남자를 퉁퉁부은 눈으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서, 그리고 언제 다시 울음이 터져나올지 몰라서 서둘러서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나는 어쩌면 두번째 연애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는 것일지 모른다.
그게 내 긴 우울증의 시작점이었다.
# by | 2011/05/23 14:52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근데 영어로 듣는 노래는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어서인지, 아련하게는 다가와도 갑자기 슬픔을 폭발시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ㅎ 이상한 버릇이죠 ㅎㅎ